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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돌연사 부르는 '비후성 심근병증'...조기 발견하려면?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이 심장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돌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병이 있다. 바로 '비후성 심근병증'이다. 젊은 운동선수의 급사 원인 중 하나로 자주 지목되는 이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500명당 1명꼴(약 0.2%)로 발생할 만큼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질환 자체에 대한 경각심도 부족해지기 쉽다는 점이다.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요인이 큰 질환이므로, 가족 중 갑작스러운 심장사 이력이 있다면 정기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원인부터 진단, 관리 방법까지 김 교수의 설명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다.

숨은 돌연사 위험, '비후성 심근병증'이란
비후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은 심장 근육, 특히 좌심실 벽이나 심실 중격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주로 청소년기부터 중년층까지, 특히 20~4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이 많이 보고되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좀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근육이 두꺼워지면 더 튼튼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심장에서는 오히려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심장 근육은 액틴(actin)과 마이오신(myosin)이라는 단백질 섬유가 서로 결합하고 풀리기를 반복하며 수축과 이완 운동을 수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혈액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데, 비후성 심근병증에서는 이 결합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심장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하고, 심실 내 공간도 좁아진다.

그 결과 혈액을 받아들이는 용적이 줄고 심장에서 내보낼 수 있는 혈류량도 감소하게 된다. 또한, 두꺼워진 심근은 심장 내부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바꾸고, 전기 신호가 흐르는 경로에도 영향을 주어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이로 인해 부정맥이나 심정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구조의 변화와 혈류 장애 정도에 따라 질환은 크게 폐쇄성과 비(非)폐쇄성으로 나뉜다. 폐쇄성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실 내막이 두꺼워지며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가는 혈류가 물리적으로 막힌 경우로,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며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비폐쇄성은 눈에 띄는 혈류 저항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심장 기능 저하와 부정맥 등의 위험이 동일하게 존재한다.

주요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다. 특히 심장 근육의 수축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이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노화 등 후천적 요인이 질환의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어…실신·돌연사로 발견되기도
비후성 심근병증은 대부분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해 '조용한 병'으로 불린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운동 시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흉통 등이 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진행되면 심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고 점차 숨이 쉽게 차거나 다리가 붓는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다.

특히 위험한 점은 갑작스러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부정맥에 의해 발생하는데,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던 환자에게도 예고 없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상당수 환자가 우연한 계기로 병을 발견하게 된다. 김용현 교수는 "건강검진 중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라며 "가족 중 돌연사 이력이 있어 검사를 받다가 진단되거나, 실신 등의 갑작스러운 증상을 계기로 병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진단은 심장 초음파로 좌심실 벽의 두께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필요에 따라 심장 MRI로 심근 섬유화와 손상 정도를 확인하고, 24시간 심전도나 운동부하 검사로 부정맥 발생 위험을 평가한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은 고혈압이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처럼 심장에 부담을 주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이들 질환에서도 심근이 두꺼워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병력이 명확하고 치료에 반응해 비후 정도가 제한적이다. 반면 비후성 심근병증은 겉보기에 뚜렷한 유발 요인이 없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유전적 이상 등 내부적 원인에 의해 심한 비대가 진행될 수 있어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

김 교수는 "심실 사이의 벽인 좌심실 중격이나 심장의 끝부분인 심첨부처럼 특정 부위가 국소적으로 두꺼워진 경우에는 비후성 심근병증 가능성이 크다"라며 "반면 심실 전체가 균일하게 두꺼워진 경우는 감별이 쉽지 않아 병력, 가족력, 유전자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약물·수술 등 맞춤 치료...폐쇄성 심근병증에 '캄지오스' 새 대안
비후성 심근병증의 치료 목표는 현재 증상의 완화와 향후 합병증의 예방에 있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등 약물 치료를 통해 심장 근육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인다. 특히 좌심실 유출로가 좁아지는 폐쇄성 환자 중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심장 근육 일부를 제거하는 중격 절제술과, 알코올을 주입해 국소적으로 비대한 부위를 줄이는 알코올 중격 절제술이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표적 치료제인 '캄지오스(성분명: 카마바캄텐)'가 등장하며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 약물은 심근 수축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미오신(myosin) 의 작용을 억제하여 좌심실 유출로 폐쇄를 개선하는 기전을 가진다. 특히 기존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폐쇄성 환자에게서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2024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감소했다.

돌연사 예방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 중 하나다. 김용현 교수는 "실신 경험, 가족력, 심근 섬유화 정도, 심실빈맥의 유무, 비후의 범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급사 위험도를 판단한다"라며,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이식형 심실제세동기(ICD) 를 예방적으로 삽입해 심정지를 방지한다"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심부전으로의 진행 역시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수축 기능은 잘 유지되지만, 일부에서는 질환이 진행되며 심근이 경직되고 펌프 기능이 약화되는 '말기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ACE 억제제나 ARB와 같은 심부전 예방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비후성 심근병증에서의 효과는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기적인 심장 기능 추적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김 교수는 "심방세동이나 협심증과 같은 합병증이 흔히 동반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와 조기 관리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저·중강도 수준의 운동 권장..."가족력 있다면 정기 검진 필수"
비후성 심근병증은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예후가 비교적 양호한 질환으로, 상당수 환자는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만으로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운동과 관련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게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무리할 경우 돌연사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교수는 "저강도에서 중강도 수준의 운동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안전하며,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며 "다만 최대 심박수의 70%를 초과하는 고강도 운동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에게 유익한 고강도 운동도,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에게는 부정맥 발생이나 혈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구조적 이상이 크지 않은 일부 환자는 충분한 검사와 평가를 거쳐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전문가와의 논의가 필수적이다.

생활 관리의 기본 원칙은 다른 심혈관 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과음을 피하며,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 교수는 "흡연은 음주만큼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심혈관 건강 전반을 위해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비행기 조종사, 버스 기사, 군인 등 다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군의 경우, 더욱 철저한 위험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요인이 큰 질환이므로, 환자의 직계 가족은 증상이 없더라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환자 가족이라면 심폐소생술(CPR) 과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