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초기에 잡아야... CT 검사 안전하게 받으려면 [인터뷰]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상당수가 말기에 접어든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령화, 대기오염, 흡연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폐암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조기 진단 수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폐암 조기진단을 위해 주목받는 검사법이 바로 '저선량 폐 ct'다. 기존 ct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누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방사선 노출은 안전한지 등에 대해 영상의학과 전문의 김관섭(차메디컬센터의원)원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어봤다.
q. 저선량 폐 ct와 기존 폐 ct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흉부 ct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렴, 폐 종양, 종격동 질환 등을 진단할 때는 일반 흉부 ct가 사용되며, 폐 섬유화증이나 간질성 폐 질환의 진단에는 고해상도 폐 ct를 활용합니다. 폐혈관 ct 혈관 조영술은 폐색전증을 확인할 때 쓰이고, 저선량 폐 ct는 폐암 검진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검사입니다.
저선량 폐 ct는 말 그대로 기존 흉부 ct보다 방사선 노출량을 줄인 검사 방식입니다. 폐는 공기로 채워져 있어 조직 밀도가 낮기 때문에, 적은 방사선량으로도 선명한 영상 획득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방사선 부담을 줄이면서도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로 폐 질환 진단에 특화되어 있어 '저선량 폐 ct'라고 불립니다.
q. 저선량 폐 ct가 폐암 조기 진단에 특히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폐암은 2023년도에 우리나라 사망 1위인 암이었으며,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암 사망에 21.9%로 가장 많았습니다. 남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기도 합니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폐에 감각 신경이 없어서 통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폐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암이 진행되어서 기관지나 흉막, 늑골, 종격동 등을 침범하게 되면 그제야 기침, 객혈, 호흡곤란, 흉통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는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폐암 환자 10명 중 7명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이미 전이가 발생한 4기입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폐를 검사하는 방법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흉부 엑스레이 촬영이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종양이 작을 경우 발견되지 않을 수 있고, 심장이나 혈관, 늑골, 횡격막 등에 겹치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것이 저선량 폐 ct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연구에 의하면 폐 선별 검사로 흉부 폐 ct를 시행하면 폐암 사망률이 2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국내 한 연구 기관에서 2만 명의 저선량 폐 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을 후행적으로 분석을 하였더니, 전체 폐암의 70%를 초기에 발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저선량 폐 ct를 받아야 하나요?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폐암의 가장 높은 고위험군은 흡연자입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서 10배 이상 폐암 발생률이 높습니다. 담배를 끊고 15년이 지나면 폐암 발생률이 10배에서 2배로 낮아지기 때문에 흡연하시는 분들은 꼭 금연을 해야 합니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경우에도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폐암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여성 환자의 80%는 비흡연자입니다. 여성 폐암 환자의 주요 원인으로는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 매연을 들 수 있습니다. 기름을 이용해 요리를 하면 조리 매연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 조리 매연이 폐를 자극해서 폐암이 발생하게 합니다. 따라서 영양사, 조리사 등 조리업에 종사한다면 정기적인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라돈이나 석면, 미세먼지 등의 노출이 많은 분들, 그리고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폐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q. 저선량이라 해도 방사선 노출이 걱정됩니다. 실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체내에 흡수된 방사선 양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유효선량이 있습니다. 단위는 밀리시버트(msv)입니다. 일반 흉부 엑스레이 촬영의 유효선량은 0.1에서 0.2msv이고 0.3에서 1.5msv로 저선량 폐 ct 촬영 시 노출되는 방사선 양은 일반 흉부 ct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 방사선에 노출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주 방사선이 있고요. 그다음에 땅에서 나오는 지각 방사선이 있습니다. 전 세계 자연 방사선 양은 연간 2.4msv입니다. 저선량 폐 ct 촬영 시 노출되는 방사선 양은 최대 1.5msv로, 연간 자연 방사성보다 ct 촬영 시 발생하는 방사선 양이 적습니다. 그리고 국제 방사선 방호 위원회에서는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가능한 한 낮게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선량 폐 ct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폐암 조기 발견이라는 큰 이점을 제공하는 합리적인 선별 검사입니다.
q. 저선량 폐 ct 검사를 받기 전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나요?
저선량 폐 ct는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지만, 임신 중이라면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하므로 검사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q. 저선량 폐 ct의 한계점이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어떤가요?
저선량 폐 ct의 한계로는 반복적인 검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선량 폐 ct 검사를 하면 결절(작은 혹)들이 많이 발견이 되는데요. 대부분은 이 결절들은 암이 아닙니다. 그런데 결절이 악성인지 아닌지 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추적 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반복적인 검사로 인해 노출되는 방사선의 양과 이에 사용되는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흡연력 30갑년 이상의 54~74세 성인을 대상으로 폐암 국가 검진이 도입되었습니다. 수검자가 누적될수록 저선량 폐 ct의 활용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저선량 폐 ct보다도 방사선 양을 훨씬 줄인 초저선량 ct도 개발 중이어서 앞으로 폐암 검진의 안정성이 더욱 향상될 전망입니다.
기획 = 이승희 건강 전문 아나운서